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L)
닭의장풀(Commelina communis L)
달개비, 닭의발씻개.
닭의장풀은 아침이슬처럼 덧없이 피었다 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틀림없이 닭의장풀은 한나절 피었다가 지고 만다.
오랜시간 피어 있지않는다.
달개비꽃은
포'包'라 불리는 두 장으로 접힌 잎 속에서 피어 반나절 밖에 가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달개비는 계속해서 다른 꽃을 피워내며
여름 내내 꽃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결코 허망한 목숨이 아니다.
닭의장풀은 아침 이슬에 젖은 채로 함초롬히 피어난다.
그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 만큼 애잔하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달개비는 잎 끝에 물구멍이라 불리는 구멍을 하나 갖고 있다.
달개비는 그 물구멍을 통해 쓰고 남은 물을 내보낸다.
그렇다
달개비 잎이나 꽃잎 끝에 매달린 아침 이슬은
밤사이에 이 물구멍에서 배출된 수분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이슬처럼 보이는 것이다.
달개비는 스스로 덧없게 보이도록 자신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고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거짓 울음과 같은 것이다.
달개비는 속절없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농부를 골탕먹이는 생명력이 강한 잡초다.
달개비풀은 꽃은 청색이고 수술은 황색인데
6개의 수술은 축구선수를 무색하게 할만큼 조직 플레이를 펼친다.
축구식으로 말하면 달개비는 3-1-2 시스템의 전술을 보여준다.
물론 수술의 목표는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꽃가루를 암술에게 옮겨줄 벌과 나비의 몸에 꽃가루를 붙이는 일이다.
윗꽃잎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 X자 모양을 한 수술 3개가 열을 지어 늘어서 있는데
이것들이 소위 수비수다.
X자 모양을 한 수술은
파란 색깔의 꽃잎 한가운데서 노란색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띈다.
그 색깔로 꽃등에를 불러 온다.
달개비꽃에는 꿀이 없기 때문에 꽃등에는 꽃가루를 먹으러 온다.
그러나 노란색은 겉치례일 뿐
X자 모양을 한 수술의 꽃가루는 양도 대단히 적고 생식능력도 없다.
그것은 처음부터 꽃등에의 시선을 끌기위한 완벽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수비수 조금 앞에 역 Y자 모양을 한 수술이 하나 더 있다.
축구로 말하면 공수의 허리 역활을 하는 미드필더이다.
축구에서처럼 달개비에게도 역Y자 수술은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 Y자형 수술은 꽃등에가 안에 있는 X자형 꽃가루를 노릴 때 지체없이 그의 몸에 꽃가루를 묻힌다.
그러나 X자형 수술의 꽃가루는 양이 적기 때문에 꽃등에를 붙잡아 두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갈색의 역 Y자형 수술이 꽃등에를 붙잡아 두는
역활을 X자형 수술로부터 이어받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O자 모양을 한 투 톱의 스트라이커다.
맨 아래에 있는 두개의 수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수한 색깔의 옷을 입고
길게 앞으로 튀어나와있다.
그리고 역 Y자형 수술을 노리는 꽃등에의 몸에 재빨리 자신의 꽃가루를 칠한다.
탁월한 연대 플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달개비의 개화 시기는 매우 짧다.
아침 일찍 핀 꽃은 오전이 가기 전에 꽃잎을 닫아 버린다.
그에 따라 꽃등에의 방문을 받지 못하고 꽃잎을 닫아야 하는 꽃이 있는데
그럴 때 달개비는 어떻게 할까?
꽃이 지기 시작하면 꽃 가운데로 튀어나와 있는 수술들이 안쪽으로 굽어든다.
이 때 맨 아래의 두 줄기 수술도 동조하듯이 안으로 굽으며 암술에 자신의 꽃가루를 묻힌다.
자가수분이다.
좋은 씨앗을 남기기 위해서는 벌레를 통해 다른 달개비의 꽃가루를 받는 쪽이 물론 좋다.
그러나 벌레가 찾아오지 않은 때는 도리가 없다.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씨앗을 남기지 못하며 만사가 꽝인 것이다.
골을 넣어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난 투 톱의 공격수는
벌레가 오지 않을 때는 단호하게 자살골을 넣어 버리는 것이다.
펌/풀들의 전략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