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뜨락.

살구가 익을 때

四時春 申澈均 2012. 7. 6. 18:07

 

 

살구가 익을 때
최명운

호박 빛깔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잘 익은 살구
지독하게 쏟아 퍼붓는 장맛비에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다
비가 내리면 단맛이 줄어들어
비 오기 전 따야 하는데
며칠 전 소량만 작은 소쿠리에 따놓고장맛비
 내린다는 것을 잊었다

어렸을 즉 먹어보면 시금털털한 맛이었는데
어머니는 그 시금털털한 살구를 좋아하셨고
그 때문에
아버지께서 해마다 살구를 따오셨었다
살구나무를 심는다는 게
자두나무를 심으시기도 했지만
살구 익고 난 뒤 자두라서
두 과일을 한여름 기분 좋게 맛볼 수 있었다

한여름 장맛비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금세 그치기도 한다
비를 머금은 구름
산허리 지나 능선으로 사라지고
눈이 부시도록 시린 햇살이 퍼지면
신록의 나뭇잎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물 잠자리 남실남실 춤을 추다가
찔레나무 감고 오른 하눌타리에 앉기도 했다
살구 익을 이맘때면
개울가에서 뜰채로 미꾸라지 잡고
여뀌 고마니 들춰 가재 잡던 생각이 난다.


 
 

'詩가 있는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 래 / 이옥선.  (0) 2012.07.24
능소화.  (0) 2012.07.19
자연 삶이 좋습니다.  (0) 2012.07.04
이런 여자 참 좋은 여자 / 率巨 崔明雲.  (0) 2012.06.26
행복.  (0) 201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