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뜨락.

소라게의 꿈/靑松 권규학.

四時春 申澈均 2012. 7. 30. 10:49

 

 

소라게의 꿈/靑松 권규학.

바닷가 개펄에 소라게 한 마리가 집을 지었습니다.

뽀각뽀각 거품을 내뿜으며 바삐 손을 놀려 지은 공든 집,
촤르르- 잔물결이 밀려와 쓸어버렸습니다.
물결에 휩쓸려 헤엄치며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물 밖에선 제대로 된 집을 짓지 못하고,
물속에선 산더미 같은 등껍질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합니다.
옆을 지나는 참게를 부러워합니다. 
무자비한 사냥꾼인 문어도, 덩치 큰 물고기들도 한없이 부럽습니다.

어느 날, 참게잡이 배가 몰려왔습니다. 
문어잡이 항아리도 군데군데 진을 쳤습니다.
고기잡이 그물이 사방을 가로막았습니다.
참게도, 문어도, 물고기들도 모두 잡혀갔습니다.
'후유! 나만 살았구나!'
소라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도 그러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한탄한 소라게처럼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참게도, 문어도, 덩치 큰 물고기도 죽음을 맞았듯이,
세상 모든 생명은 저마다 남모르는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우린 알아야 합니다.
겉으론 행복하게 보일지라도, 밝히지 못할 비밀 하나 가슴에 묻고 살며
누구나 말 못할 아픔 하나 등짐으로 지고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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