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寫眞.

정읍 구절초동산에서

四時春 申澈均 2012. 10. 8. 20:25

 

 

 

구절초 공원에서.
                  장근배.

  높아진 하늘만으로도 가슴 뭉클했던 날

우리는 그곳에 있었지요.

꽃술과 꽃술을 에워싼 꽃잎들이 한 송이 구절초라면

그대와 나는 눈송이처럼 하얗게 꽃잎 깔린 동산의 꽃술이었지요.

 

그날 우리가 이룰 수 없는 연모(戀慕)의 사연으로 멈추어 서서

마냥 꽃향기에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람 그치지 않아 벌, 나비가 날 수 없었던 까닭만은 아니었지요.

  달 밝아 좋은 날

 옥정호에 잠긴 호박(湖泊)색의 둥근 잔을 잡으려
손 내밀면 파문으로 일그러져 잡히지 않는 보름달이

그대와 나 사이에 놓인 까마귀 없는 별빛 다리가 아닐런지요.

 

호수에서 건져 올린 잔에 술을 부어 마시는 꿈을 꾸면

보일듯 말듯 그려지는 흑백의 영상이
그대와 내가 가꾸려는 꽃밭이 아닐런지요.

  그날 구절초 공원은 강변에 외로이 있지 않았고

 옥정호로 흘러드는 강물에 하나인 듯 둘러싸여 있었지요.

 

강이 산이 되지 못하고

산이 강이 되지 못하면서도

한 마음으로 꽃을 가꾸는 마음이

그대와 나를 가르기는 멀기에

더욱 아름다운 거리인지 그대는 이미 알고 있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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