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 / 곽도경.
소리길을 걷는다.숲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이
온통 소란하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시끄러운 것들이 새삼 다정하다.
시끄럽고, 다정한 것들의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걷는다.
나뭇가지 하나 길 밖으로 튀어나와
허공에 길게 누워 있다.
마음에 날을 세운 사람들이
하나 둘 머리 조아리고 지나간다.
도도하고 꼿꼿하던 마음이
나뭇가지에 걸려 비로소 겸손하다.
머리 숙이고 지나가야만
볼 수 있는 환한 풍경 앞에서
마음을 가장 낮은 곳에 내려놓고
나는 그저 한 점보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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